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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s Crisis on the line

대통령의 라디오 담화

최근 청와대에서 진행하고 있는 대통령의 라디오 담화 '안녕하십니까, 대통령입니다'를 보며 임원분들과 논의했던 내용들을 공유합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대통령이 전통적 매체인 라디오를 통해 국민과의 대화를 시도하고 있는 '안녕하십니까, 대통령입니다'에 대해 많은 말 들이 오가고 있다. 라디오로 연설할 시간 있으면 경제 하나를 더 챙겨라, 정부 정책을 전달하기 위한 단순 전략이다, 전파 낭비다.. 루즈벨트 美 前대통령이 대공황 시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시도했던 것처럼 국민을 다독이기 위함이다, 희망을 전파하기 위함이다 등등..

대개의 논란들을 종합 정리해 보면 정치적 관점에서 해석된 것들이 많은 것 같다. 실제 MB정부에서 낡은 미디어인 라디오를 선택해 국민과의 대화를 시도하자고 결심했을 땐 여러 가지 이유와 의도들이 있었을 것이다. 정쟁의 쟁점으로 떠올라 옳다, 그르다의 시각으로 접근할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언론사들도 관련해서 한 마디씩 하고 있다.

국민일보 - [뉴스룸에서-김영석]서민정담
중앙일보 - 대통령 연설, 반론대상 아니다
오마이뉴스 - 괴벨스를 보면서, 누굴 생각하셨나요?

며칠 전에 회사 임원 분들과 'MB 라디오 연설'에 관한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PR 실무적 차원에서 논의된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 보겠다. 

논의에 앞서 세 가지 질문들을 해 봤다.

첫째, 현 시대에 라디오가 적합한 매체인가?
둘째, 현재의 운영 방식이 적정한가?
셋째, 메시지가 효과적으로 전달되고 있는가? 

세 가지 질문에 대해 생각을 털어놔 봤다.

첫째, 현대는 매체 환경의 발달로 인해 전통적인 대중 매체를 넘어 UCC, 블로그 등 개인 미디어들이 넘쳐나고 있는 시대다.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진 않지만 신문, 라디오 등 전통적 매체들의 영향력이 개인 미디어에 밀리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 시점에서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은 참신한 아이디어에 점수를 줄지라도 전체적인 관점에선 실패한 선택이다. 라디오 진행시간이 시민들이 출근하는 오전 시간대인데도 대체적으로 그 수용폭이 적다. 지하철 승객들은 대통령 담화를 전혀 들을 수 없으며 버스도 일부러 대통령 담화에 전파를 맞춰 가진 않을 것이다.

택시 운전자 및 승객, 자가용 이용자들 역시 대통령 담화를 듣기 위해 노력하진 않을 것이다. 국가적 위기나 정책 홍보 시 하던 고만고만한 내용이라며 특별한 것이 없을 거라 생각할 것이다. 대통령 담화의 목적이 국민과의 소통이라면 이번 라디오 담화는 메시지 수용폭 측면에서 분명히 효과가 크지 않다.

대통령이 이런 시도를 했다는 것 자체는 하나의 관심 측면에서 주목할 만 하다. 그러나 콘텐츠의 질 이라든가 내용 및 진행 구성에 변화가 없다면 관심을 촉발하는 수준에서만 그칠 것이라 예상된다. 라디오를 선택했더라도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

예를 들어, 보이는 라디오를 지향해 대통령이 라디오 담화를 녹음하고 있는 장면을 UCC로 재미 있게 구성하는 방법이 있다. 대통령이 라디오 DJ처럼 헤드폰을 끼고 진행하거나 자식처럼 귀여워 하고 있는 애완동물이 옆에 앉아 있거나 하는 등의 재미 있고 친근한 요소를 첨가한다. 

모든 사람은 듣는 것 하나보다 듣고 보고 경험할 수 있는 시각적인 것을 더 좋아한다. 라디오 연설을 딱딱한 형식대로 가지 말고 시각적인 방식으로 풀 수 있게 고민해 보자.


둘째, 라디오 담화 첫 방송 제목이 '우리에겐 희망이 있고 미래는 여전히 밝습니다(2008.10.13 방송)'이고 둘째 방송 제목은 '중소기업을 살리는 것이 내수를 살리는 길입니다(2008.11.3 방송)' 였다. 청와대 홈페이지 라디오 연설 '100자 의견'을 보면 시민들의 반응이 거의 없다.

이를 보면, 대통령 담화가 의도와 달리 시민들과의 소통을 하지 못한 채 청와대 내부만의 안위로 끝날 수도 있다는 식의 풀이가 가능하다. 앞서 '괴벨스'에 관한 오마이뉴스 기사도 있었지만 극단적인 표현을 하자면 비판적 수용자들에겐 라디오 담화가 정치적 선전 매체로 받아들여 질 수 있다. 

진행 의도와 다른 역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현재 라디오 담화 운영방식은 쌍방향이 아니다. 얼마나 아이러니컬한 상황인가. 국민과의 대화를 위해 실행하고 있는 라디오 담화가 쌍방향의 기능을 상실했다는 것이. 일반 라디오 프로그램을 생각해 보자.

'황정민의 FM 대행진'은 출근 시간인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진행되는 KBS 2FM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이다. 황금시간대인만큼 인기도 좋다. 이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청취자들은 황정민의 가족이다. DJ 황정민은 이들을 '황족'이라 부른다. 황족들은 매일매일 자신들의 가정사, 연애사, 직장사 등에서 겪은 에피소드들을 엽서와 전화를 통해 공유한다.

DJ는 자신의 가족에게 생긴 일에 대해 웃고 슬퍼하고 격려하고 칭찬한다. 자신의 가족을 이해하고 가족이 겪은 경험에 공감하는 것이다. 라디오는 DJ가 청취자 옆에서 속삭이는 듯한 착각을 주는 매체다. DJ의 말에 상상을 하고 따뜻한 느낌을 얻는다.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해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효과다.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국민에게 사연을 듣고 가슴 아파하고 웃고 이해해 주는... 국민의 목소리에 공감해 주는 DJ가 되야 한다. 2주 마다 한 번씩 있는 라디오 담화 주제를 보면 이해와 공감의 흔적이 없다. 주제도 일방적으로 정부에서 선정해 진행한다.

엽서도 안 받고 안 읽어준다. 아침 시간대에 들리는 딱딱한 대통령 담화(교장선생님 연설에 가깝다)를 누가 듣고 싶어 하겠는가. 첫 번째 연설 주제는 너무 일반적이고 광범위 해서 특별히 와 닿지가 않는다. 두 번째 주제는 내수를 살리기 위해 중소기업을 살리자는 취지의 내용인데,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아닌 일반 사람들에겐 공감할 수 있는 얘깃거리가 아니다.

한국에 일반국민보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분들이 더 많을까? 주제마다 타겟을 바꾸어 하고 있는 것이라면 심히 걱정이 앞 선다. 특정 타켓하고만 한정된 시간 안에 커뮤니케이션 하겠다는 의사로 비춰지지 않을까. 2주마다 한 번씩 하는 대통령 담화에 엽서를 받도록 하자. 그리고 사연을 선별하자. 읽어 주고 공감하고 대화 하듯이 진행하자.

참고로 청와대 홈페이지에 있는 라디오 듣기도 효과적이지 않다. 앞선 지적처럼 대통령이 DJ처럼 헤드폰을 끼고 애완동물과 함께 라디오를 진행하고 국민들이 보내 온 엽서를 읽어주는 장면을 재미 있게 동영상으로 보여 준다면 방문객들의 반응이 좋으리라 예상된다.

국민들 중 청와대 홈페이지까지 일부러 들어가 라디오를 들으려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대통령의 라디오 진행이 동영상으로 재미 있게 꾸며진다면 유튜브, UCC 등의 동영상 게시물로 퍼갈 수 있고, 아마도 유튜브에서 라디오 진행을 하고 있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주는 첫 대통령이 될 것이다. 


셋째, 메시지가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 앞서 얘기 했듯이 국민과 대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주제를 정하는 것보다 국민이 준 사연을 갖고 진행하는 것이 '이해와 공감'의 측면에서 효과적이란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조사를 할 땐 '랜덤 샘플링(Random Sampling)' 방식을 많이 사용한다. 조사 대상자 선정 시, 모집단(population)에서 추출된 표본(sample)만 조사를 하면 전체 모집단의 특성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도 타겟을 모두 맞출 필요는 없다.

국민들에게 엽서를 받아 주제를 정하면 매 주제가 국민의 생각인 것이다. 그렇게 진행 하면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한 다는 한계를 극복함과 동시에 국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그리고 대통령 담화 시 좀 더 인간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 

두 번째 중소기업 주제의 담화 내용을 보면 "자영사업자나 소상공인들이 급하게 쓸 돈은 5백만 원, 천만 원, 많아야 2~3천만 원 정도인데.."라는 내용이 있다. 대통령이 전달하고자 한 내용은 알겠지만 언뜻 들으면 부자 대통령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하는 메시지로 들린다.

서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국민들에게 희망을 전달하자는 의미에서 시작한 라디오 담화가.. 전략적이지 못한 메시지 때문에 오해를 받아서야 되겠는가. 하나의 사례를 든 것이지만 향후 라디오 담화는 좀 더 전략적이고 정제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좋다.

 
지금까지 논의 했던 것 이외에도 많은 전략적 방안들이 나왔지만 여기까지만 얘기 하겠다. 세계적인 경기침체 공포가 우리 국민들에게 바이러스처럼  번져가고 있다. 경기 침체를 벗어나기 위해 정부가 많은 일들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정부와 대통령의 마음이 국민들에게 전달되고, 공감을 통해 가슴으로 커뮤니케이션 한다면 좋은 결과를 이른 시기에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라디오 담화에 담긴 메시지, 운영 방식, 전략적 사고 등이 필요한 것이다. '눈 가리고 아웅 식'의 PR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마음이 담긴 커뮤니케이션을 말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