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이 늘어나고, 정부의 사회복지 프로그램도 질적, 양적으로 점차 증가하면서 복지기관들에서는 충분하진 않아도 운영을 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 한 기업의 후원을 받지 않는다고 해서 해당 복지기관 운영에 큰 영향을 끼치진 않는다는 뜻이다. 특히 자신이 물질적인 후원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나름의 운영 목적과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복지기관에 기업에서 원하는 프로그램을 일방적으로 강요하거나, 시스템의 변화를 요구하는 기업들이 종종 있다. 이런 경우엔 아무리 좋은 기회가 될 지라도 복지기관에서 후원을 받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업들도 알아야만 한다.
또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는 기업들이 증가하는 것에 비해 CSR 전문가의 수는 거의 늘어나지 않았다는 것도 문제이다. CSR에 대한 이해가 없고, 기업과 수혜를 받는 개인이나 기관들을 갑과 을의 관계처럼 일방적으로 도움을 주는 행위라고 인식한다거나, 또 CSR 활동을 단순히 기업 홍보활동 수단으로만 활용하려는 비전문적인 CSR 담당자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각 기업들이 CSR 활동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천할 때면 어떤 기업이든 처음에는 시행착오를 거칠 수 밖에 없는데, CSR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많은 전문가들이라면 이러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CSR 활동을 하면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뛰고 있는 다양한 NGO나 사회복지기관들이 있음을 알게 되는데, 나 역시 CSR을 맡은 후 처음엔 이런 복지관련 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기존의 복지관련 시스템은 뭐든 빠르게 진행하려고 하는 기업들 체질에는 잘 맞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복지기관 입장에서 본다면 기업들이 하나같이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과정을 무시하고 결과물에만 치중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이 많다. 복지기관의 기존 시스템을 무시한 채 기업들 입맛에 맞게 그들을 바꾸려고 들기 때문에 수혜자 입장에서도 기업들의 CSR 활동을 두 팔 벌려 환영할 수 만은 없는 것이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듯이, 진정으로 사회에 도움이 되고 싶다면 수혜자 사회의 규칙과 시스템을 따라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처음 시도하는 사업일 수 있으나, 수혜자 입장에선 처음이 아닐 수도 있다. 기업에서는 초기에 발생하는 시행착오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으나, 수혜자들이 보기엔 여러 기업들이 반복해서 저지르는 실수로 또다시 피해를 입는 행동일 수 있다. 특히 내가 만나봤던 여러 사회복지기관 중에서도 저소득층이나 소외 가정의 아이들을 돕는 아동복지기관의 담당자들은 기업들의 섣부른 호기로 감수성 예민한 아이들이 마음에 큰 상처를 받는 경우가 있다며 기업들의 CSR 활동에 대해 매우 조심스러워했다. 도움을 받는 수혜자나 복지기관들이 왜 ‘착하지가 않은지’ 궁금한가? 이는 CSR 활동을 펼치는 기업들이 ‘착하지가 않기’ 때문이다. CSR 본연의 목적을 잊은 채 ‘선하지 않은 목적’을 가지고 ‘일방적인 나눔’을 강요해서는 기업과 사회 소외계층 모두에게 아무런 도움도 될 수 없다.
CSR을 하면서 ‘준 것’ 만큼 ‘받아내려고’ 한다면 어떤 기업이든 CSR 활동에서 만족할만한 성과를 낼 수 없다. 기업들이 CSR 활동을 통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선의(Goodwill)’를 베품으로써 기쁜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임을 깨닫는다면, 어떤 기업이든 이를 통해 더 나은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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