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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미디어 기고문] Post - 괴담만 있고, 정부 입은 없다

 

괴담만 있고, 정부 입은 없다
[기고]김경해 위기관리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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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떠도는 광우병 관련 괴담들은 우리나라 전체는 물론 전세계를 시끄럽게 할 정도로 급격히 진화했다. 루머라는 것은 '비이성적이고 비과학적' 일 때 확산성이 더욱 커지는 성격을 가진다는 측면에서 이번 광우병 괴담은 그 확산성에 있어서 별다른 특징은 없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관한 이슈들의 경우에도 지난 십 수년간 뜨거운 감자로 주기적으로 회자되었었고, 이에 대한 핵심적인 이슈들은 잘 정리되어 공유되어 있었기에 새로운 이야기들은 아니다.

문제가 있다면 정보 수준적인 측면에서 상당히 저급한 '광우병 괴담' 자체를 초기에 관리하지 못한 정부의 시스템에 주목해야 하겠다. 다 정리되어 있던 논리들을 공식적으로 꺼내드는 데만 거의 2~3주가 소요되었던 이유도 이 시스템의 문제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대국민 메시지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책임부서가 없어 일관된 메시지 전달도 근본적으로 힘들었다. 이 때문에 위기관리의 ABC를 어긴 여러 해프닝들이 일어났다.

여러 기업들의 커뮤니케이션을 책임지고 있는 회사의 대표 컨설턴트로서 나는 지금 정부가 블로고스피어에 대한 모니터링은 적절히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온라인상에서 어떻게 여론이 흘러가고 있으며, 또 광우병 괴담의 진원지와 주요 확산지가 어딘지는 파악했는지 궁금하다.

초기에 정부 관련 부처들이 각 장관들의 입을 통해 전달했던 개인적인 메시지들이 정부 전체의 대응 포지션에 충실히 발맞추어져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몇 일에 거쳐 해명광고를 했는데, 일방적이었던 메시지 내용뿐만 아니라 각 광고들의 핵심 메시지들이 과연 적절한 포지션을 담고 있었는지 책임자들은 한번 돌아 보았으면 한다.

앞서의 모든 질문들은 교과서에 나오는 '위기관리 101'일 뿐이다. 실행하기 어려운 로켓 과학이 아니다. 가장 기본적인 위기관리의 '시스템'이다. 광범위하고 분석적인 모니터링, 적절한 타이밍에의 개입, 포지션의 구축, 핵심 메시지의 관리 등 이 네가지 기본 사항을 과연 정부가 제대로 따른 것이 무엇이 있는가 묻고 싶은 것이다.


국정 홍보·위기관리 전문조직 필요


문제는 시스템이다. 한 걸음 더 들어가보면 시스템 운용 주체의 부재가 좀 더 근본적 문제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오면서 정치적인 판단으로 인해 국정홍보처가 없어졌다. 정권홍보에 매진한 댓가로 몰매를 맞은 것이다. 그러나 정책 커뮤니케이션적 의미에서 국정홍보처는 국가적 위기관리를 위해 통합적 커뮤니케이션을 주도해야 하는 막중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 즉, 이 기관의 존폐는 애초부터 정치적 고려대상이 되면 안 되는 것이었다. 광우병 괴담과 같은 아주 저급한 수준의 국가적 위기를 적절하게 모니터링하고, 초기에 개입해 이슈의 지나친 확산을 차단하고 정부를 대표해 통합적 커뮤니케이션을 담당 하는 주체가 과연 아무 쓸모 없는 조직일까?

국정홍보처 살리기에 다시 정치적인 부담이 있다면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전반적인 국정과제에 대한 통합관리를 담당할 소규모 '위기관리 전문 조직'이라도 만들 것을 정부에게 제안한다. 이 조직을 통해서 국정전반에 영향을 끼칠 큰 이슈들을 통합적으로 모니터링 하게 하고, 전략적인 큰 그림 하에서 대응 포지션을 정하게 하자. 그리고 그 포지션에 입각한 핵심 메시지 개발과 전달활동에 있어 리더십을 주어보자.

정부도 이번 위기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으리라 믿는다. 더 이상 국민들은, 네티즌들은, 중고등학생들은 어제의 그들이 아니다. 정보의 흐름, 매체환경과 사회단체들의 차원도 예전과는 다르다. 모든 위기관리 환경이 하루가 멀게 달라지고 있다. 그 중에서 달라지지 않는 유일한 것은 정부의 대응방식이다. 게다가 이러한 달라진 위기들을 관리할 조직을 없애놓고 맨손으로 각개전투를 하는 정부는 분명 변화를 거부하고 스스로 퇴화한 셈이다. 이번 위기를 반면교사로 삼아 정부의 성공적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을 간절히 기원한다.


김경해 한국위기관리전략연구소 소장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