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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s Crisis on the line

guilty or not guilty



기업이 위기관리를 하다 보면 '우리는 유죄'라고 인정하며 커뮤니케이션 할 것이냐, 혹은 '우리가 무죄'라는 것을 강조하고 커뮤니케이션 할 것이냐를 선택해야 할 때가 있다.

통상 위기관리 사례를 분석해 보면 대부분의 기업이 위기가 터지고 난 뒤, '난 아무 잘못 없어, 억울해.'라는 입장으로 커뮤니케이션 활동에 스타팅을 건다. 누가 옆에서 그러라고 옆구리를 찌르지도 않았는데 그 반응이 가히 동물적 반사신경에 가깝다.

그렇다고 정말 무죄인데 유죄라고 인정해야 하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무죄일 경우엔 위기 해결의 실마리를 잘 잡을 순 있겠지만 문제는 유죄일 경우에 무죄라고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다.

유죄임에도 불구하고 수사결과가 무죄라고 나온다면 기업에게 다행스러운 일(?)이 되겠지만 무죄라고 했는데 유죄라고 결과가 나오면... 기업의 명성과 이미지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타격을 받는다.

경상으로 가볍게 치료할 수 있는 것들도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잘못하면 중상 혹은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르게 된다. 물론 기업의 입장에선 다소 오버스럽게 표현한다고 무시할 수도 있겠다. 오버스럽든 그렇지 않든 판단은 기업의 몫일 뿐이다.

최근 전지현 복제폰 문제에 소속사가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이 사회적 이슈로 부상됐었다. 시간대별로 정리해 보면 이렇다.

▲ 2008년 11월 말 경찰, 전지현을 비롯한 30여명의 휴대전화가 불법복제됐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내사 착수

▲ 2009년 1월 16일 경찰, 휴대전화 복제에 관여한 불법 심부름센터 운영자 김씨 등 3명에 대한 체포영장 및 연예기획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발부

▲ 1월 19일 오전 경찰, 서울 강남구 삼성동 싸이더스HQ 사무실 압수수색

▲ 1월 19일 오후 언론, 전지현 휴대전화 복제 사건 첫 보도

▲ 1월 19일 오후 경찰, "2007년 11월 21일 싸이더스HQ 제작부장 등이 심부름업자에 의뢰, 소속 연예인 1명의 휴대전화를 복제, 문자메시지를 열람했으며 심부름업자 김모씨 등이 2006년 10월부터 2008년 10월까지 30여 명의 의뢰인으로부터 100만~300만원 씩을 받고 휴대전화 무단복제, 위치추적, 외도현장 등 확인" 수사내용 발표.

전지현 휴대전화 복제 관련 싸이더스HQ 정훈탁(41) 대표, 박모(41) 제작부장, 정훈탁 대표의 친형이자 싸이더스HQ의 고문인 정모씨와 불법심부름센터 운영자 김모(42)씨 등 3명 개입한 사실 확인. 심부름업자 3명 체포 및 박모씨, 정훈탁 대표 친형 등 임의동행 조사.

▲ 1월 21일 전지현 휴대전화 무단복제한 심부름센터 운영자 김모씨 구속

▲ 1월 22일 오전 소환 예정이던 싸이더스HQ 정훈탁(41) 대표 소환 연기

▲ 1월 23일 싸이더스HQ 정훈탁 대표, 사내 이메일 통해 "2007년 11월 회사 업무와 무관하게 일부 직원에 의해 2~3차례 전지현 휴대전화의 문자 확인이 있었을 뿐 휴대전화 복제를 통한 도, 감청이나 1년여에 걸친 사생활 감시 등 회사차원에서 사전에 계획된 조직적인 불법행위는 없었다"고 입장 전달.

▲ 1월 23일 싸이더스HQ "전지현이 자신의 휴대전화 무단복제 사건과 관련, 사법적 조치를 희망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전했다" 공식 입장 발표.

▲ 1월 29일 오전 싸이더스HQ 정훈탁 대표, 변호사와 함께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출두
(출처 : 이데일리 1월 29일)

여기에 더 추가를 하자면,

▲ 1월 30일 전지현 복제폰과 관련해 정훈탁 대표의 혐의가 인정된다는 입장을 경찰이 밝힘. 정훈탁 대표의 입장과는 상관없이 수사를 진행할 것을 표명.

직원 박 모, 정 모씨와 함께 정 대표가 모두 동일하게 개입되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지만 경찰 관계자는 "앞으로 복제업자를 체포하는데 주력할 것"이란 의견을 내놓음.

▲ 2월 3일 경찰은 직원 둘 과 정 대표를 어느 정도 선에서 사법처리할지 그 수위를 놓고 고심 중에 있다고 발표함. 세 명은 현재 경찰에 의해 입건된 상태임.

이번 전지현 복제폰 케이스는 전형적인 기업의 위기관리 사례와 똑같다. 위기가 터지면 반사적으로 부정하면서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한다.

사건이 터진지 두 달이 훨씬 넘은 지금, 경찰은 정훈탁 사장의 개입 여부에 대한 물증을 잡아가고 있다. 만약 이번 사건에 정 사장이 개입한 물증이 드러난다면, 정 사장 개인을 비롯해 싸이더스 HQ가 입는 피해는 예상보다 상당할 것이다.

물증이 드러나지 않는다 해도 부정적 영향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전지현과 같은 거물급 스타의 휴대폰을 복제하는 일에 사장 관여 없이 직원 두 명이 사적인 이유로 했다는 설명은 그리 설득적이진 못하다. 정 사장이 강하게 연루되어 있음을 심증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많을 것이란 얘기다.

결국 정훈탁 사장이 이 위기를 벗어나려 했다면, 1차 핵심 타겟을 '공중'이 아닌 피해자 '전지현'으로 잡고 이번 사건으로 마음 고생을 하고 있을 그녀에게 먼저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한다. 그래서 공중들의 공감을 얻어야 했다.

싸이더스 HQ의 사건처리 방식을 보면 전지현 측에서 사법처리를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싸이더스 측에 전달했다는 것은 급조된 듯 보였으며 정 사장이 직원들한테 회사 메일을 통해 '자신은 무죄'라고 얘기하는 것을 언론에 흘린 것도 하나의 촌극 같아 보였다.

어디까지나 피해자는 전지현이다. 전지현에게 사죄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공중들이의 공감을 얻고, 오랫동안 정 사장과 생사고락을 함께 해 왔던 점을 하나 둘 씩 풀어가는 게 더 좋았을 뻔 했다. 그리고 모든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했다.

그리고 논란이 일어난 점에 대해 전지현에게, 공중들에게.. 진심으로 커뮤니케이션 하고자 하는 태도를 보여야 했다.

향후 수사결과에 따라 이번 케이스에 대한 커뮤니케이션 과정 중 'guilty'와 'not guilty' 의 의미를 다시금 되짚어 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