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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ller PT

생각의 흐름에 대하여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이나 회사의 직원들에게 PR 제안서(proposal)을 써 오라고 하면 청첩장이나 브로슈어를 만들어 가져오곤 한다. 브로슈어 타입의 제안서인 경우에도 이 제안서가 여러명에 의해 공장 생산방식으로 만들어졌는지...팔다리 머리 다리가 따로 놀곤 한다.

아주 흉칙한 브로슈어다.

일단 제대로 된 제안서에는 제안서를 꾸민 사람의 '생각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야 한다. 그래서 스토리텔링 플로우를 따르라고 하는거다.

옛 날 옛날 어느 시골 마을에 놀부와 흥부라는 두 형제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놀부라는 형은 아주 마음씨가 고약했죠. 반면에 동생 흥부는 너무 착한 마음씨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어요. 놀부는 이것 저것 욕심을 부려 부자가 되었고, 흥부는 마음이 착한 나머지 가난하게 살았습니다. 결국 이 놀부는 욕심을 부리다 하늘의 미움을 사서 가족과 재물을 잃고 패가망신을 했고. 흥부는 착한 마음씨 때문에 가족과 재산이 풍성해 져서 아주 아주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이런 제안서 플로우가 있다고 치자. 전체적으로 생각의 흐름이 있고, 다음 장면에 예상되는 장면들이 있다. 그리고 결론이 있고, 스토리를 듣고 난 뒤에는 기억으로 남는다.

하지만, 학생들이나 일부 직원들이 만드는 제안서는 이런 꼴이다.

옛날 옛날 어느 시골 마을에 놀부와 흥부라는 두 형제가 살고 있었습니다. 결국 이 놀부는 욕심을 부리다 하늘의 미움을 사서 가족과 재물을 잃고 패가망신을 했고. 놀부는 이것 저것 욕심을 부려 부자가 되었고, 흥부는 마음이 착한 나머지 가난하게 살았습니다. 반면에 동생 흥부는 너무 착한 마음씨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이 놀부라는 형은 아주 마음씨가 고약했죠. 흥부는 착한 마음씨 때문에 가족과 재산이 풍성해 져서 아주 아주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이 런 제안서 플로우를 듣고 있으면 무언가는 말하고 있는데 일단 이해가 잘 안된다. 그리고 앞의 부분과 뒷 부분이 연결이 안되니 다음을 예상할 수도 없다. 정상적인 시청자라면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더구나 끝나고 나면...기억에 남는 것은 황당함 뿐이다.

1. 플로우, 플로우, 플로우
2. 제안서 만드는 순서를 거꾸로 말 것. (ex. 프로그램 먼저 아이디에이션 하고 전략을 우겨 만들기)
3. 제안서를 잘라 각자 만들어 합체 말기. (ex. 죽은 사람들 시체를 부분 부분 잘라 합친 프랑켄슈타인?)
4. Key Message를 잘 만들기 위해 공 들이기. (--> 현재 이 것이 가장 priority 적게 가져가는 부분)
5. 만들고 나면 같이 읽어보고 읽어보고 읽어보고 해서 껄끄러운 매듭이나 곁가지들을 갈아내기.

물 론 자신이 미처 안해 본일은 이해는 가도, 익숙하지 않다. 낯설고 두렵다. 그러다 보면 그런 낯섬과 두려움을 피하고 싶어진다. 이는 인간의 본성이다. 하지만...피해서는 일이 안된다. 그리고 두려움도 없어지지가 않는다. 한번 두번 익숙해지고 친해지고 두려움을 날리는 버릇을 들이면 그것이 더 익숙해 진다. 그 때부터 일을 제대로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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